지수가 오르는 동안 계속 잃었다
봇은 장중에 사서 그날 안에 판다. 밤을 넘기지 않는다.
2월부터 8월까지는 코스피가 크게 오른 시기였다. 그런데 봇의 성적은 몇 달째 마이너스였다. 종목을 잘못 고르는 것인지, 청산이 서툰 것인지 여러 갈래로 뜯어봤지만 어느 쪽도 이 간극을 설명하지 못했다.
그래서 질문을 바꿨다. 봇이 아니라 시장이 장중에 무엇을 했는지를 먼저 봤다.
하루를 둘로 쪼갰다
주가의 하루 수익은 두 조각의 곱이다.
- 밤사이: 전날 종가에서 오늘 시가까지. 장이 닫혀 있는 동안의 움직임
- 장중: 오늘 시가에서 오늘 종가까지. 봇이 사고파는 시간
2월 2일 시가부터 8월 24일 종가까지 136거래일을 이 둘로 나눠 누적했다.
| 지수 | 전체 | 장중 | 밤사이 |
|---|---|---|---|
| 코스피 | +30.7% | -26.4% | +77.6% |
| 코스닥 | -27.9% | -50.9% | +46.9% |
장중과 밤사이를 곱하면 전체가 된다. 0.736 × 1.776 = 1.307이다.
코스피의 상승은 전부 장이 닫혀 있는 동안 일어났다. 장이 열려 있는 동안에는 4분의 1 넘게 빠졌다. 코스닥은 장중에 절반이 사라졌고 밤사이 반등으로 일부를 메웠다.
지수가 30% 오른 기간이었지만, 매일 아침 시가에 사서 그날 종가에 판 사람은 26%를 잃었다. 같은 지수, 같은 기간이다.
종목 단위로도 방향이 같았다
지수만의 일인지 확인하려고 시가총액 상위 296종목을 같은 방식으로 쪼갰다. 종목 평균 하루 수익이 장중 -0.26%에서 -0.34%, 밤사이 +0.40%에서 +0.46%였다.
이 표본은 지금의 상위 종목을 과거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 생존 편향이 있다. 크기는 부풀었을 수 있다. 다만 방향은 지수와 같았고, 기간을 26월과 78월로 잘라도 장중 평균은 둘 다 마이너스였다. 흔들리지 않았다.
밤사이 수익이 장중 수익보다 크다는 현상 자체는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. 해외 시장에서도 오래 관찰돼 온 것이고, 이 기간의 국내 시장이 유난히 강하게 보여줬을 뿐이다.
💡 낮에 사서 낮에 파는 전략은 시장이 오르는 동안에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. 이 기간 종목 평균으로 하루 -0.3% 안팎이다. 세금과 수수료가 왕복 약 0.2%이니, 비용을 내기 전에 이미 그보다 큰 바람을 거슬러 걷고 있었다. 지수가 오른다는 사실은 장중에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.
그럼 하루만 더 들면 되는가
자연스러운 다음 생각이 있다. 수익이 밤에 나온다면 밤을 넘기면 된다.
봇은 장 마감 전에 남은 포지션을 전부 판다. 그렇게 마감에 강제로 판 거래를 되짚었다. 5월 12일부터 8월 27일까지 실전 매매에서 마감 청산 48건(34거래일)을 골라 "그날 팔지 않고 하루 더 들었다면"을 계산했다.
| 가정 | 48건 합 |
|---|---|
| 다음 날 시가에 판다 | +56,600원 |
| 다음 날 종가에 판다 | -89,500원 |
부호가 반대다. 다음 날 시가에 팔면 밤사이 한 번만 산 셈이라 이익이 난다. 하루를 온전히 들고 종가에 팔면 밤사이 한 번에 다음 날 장중 한 번이 함께 따라온다. 그리고 장중은 위에서 본 대로 역풍이다.
다음 날 시가에 무조건 판다는 것은 결국 밤사이만 들고 가는 전략이다. 보유기간을 늘리는 것과는 다른 상품이다.
시가에 파는 쪽도 믿을 수 없었다
그러면 +56,600원 쪽은 쓸 만한가. 하나씩 뜯어봤다.
- 날짜 단위로 묶어 95% 신뢰구간을 내면 -1,544원에서 +4,873원이다. 0이 들어 있다. 이익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
- 이익의 97%가 상위 3일에서 나왔다
- 그 3일을 빼면 석 달 반 누적이 +1,500원이다
평균으로 보면 밤사이 프리미엄이 있다. 하지만 이 표본에서는 그 프리미엄이 사흘에 몰려 있었다. 사흘을 맞히지 못하면 남는 게 없다.
손절로 막을 수도 없었다
하루를 더 들되 다음 날 손절을 좁게 걸면 장중 역풍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.
48건 가운데 다음 날 저가가 전날 마감가보다 3.5% 넘게 아래로 내려간 날이 23건, 48%였다. 최악은 -10.72%, 금액으로 -33,400원이었다. 봇의 손절 1건 평균 손실의 3.2배다.
밤사이 움직임은 손절선을 건너뛴다. 다음 날 시가가 이미 손절선 아래에서 열리면 그 가격에 팔 방법이 없다. 좁은 손절은 장중에서만 작동하는 장치다.
둘은 한 묶음으로 팔린다
정리하면 이렇다. 밤사이 프리미엄 한 번을 사면 장중 역풍 한 번을 함께 산다. 하루를 더 드는 한 둘을 떼어 살 수 없다.
그래서 지금은 보유기간을 늘리지 않는다. 이 판단이 바뀌려면 표본이 지금의 몇 배로 쌓이거나, 밤사이만 따로 들고 가는 방식을 처음부터 별도의 상품으로 정의해야 한다. 앞쪽은 시간이 해결하고, 뒤쪽은 오너가 정할 문제다.
하루 안에서도 시간은 고르게 흐르지 않는다. 상승이 어느 시각에 몰리는지는 옆 글에 따로 적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