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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익을 지키라고 만든 장치가 손실을 확정시켰다

추적 폭이 고점 수익보다 넓어지는 구간이 있었다. 발동하는 순간 이미 매수가 아래였다.
📅 2026.08.18⏱ 읽기 약 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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계단을 달았다

트레일링 스톱은 고점에서 일정 폭만큼 빠지면 파는 규칙이다. 여기에 계단을 하나 얹었다. 수익이 많이 붙은 종목일수록 추적 폭을 넓혀서, 조금 흔들렸다고 일찍 잘리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다.

  • 고점 수익 2% 이상이면 기본 폭의 1.5배
  • 5% 이상이면 2배

3% 벌고 있는 종목을 1% 눌렸다고 파는 건 아깝다. 그 생각으로 넣은 장치다.

12분 간격으로 두 번, 손실이 산수로 확정됐다

어느 날 오전에 트레일링 매도가 두 건 나갔다.

시각고점 수익청산 결과
10:082.00%-0.50%
10:202.01%-0.40%

둘 다 이익 구간까지 올라갔던 종목인데 손실로 끝났다. 12분 간격으로 같은 모양이 두 번 나왔으니 우연이 아니다.

계산해보면 바로 보인다. 고점 수익이 2%를 막 넘겼으므로 계단이 켜져서 폭이 2.2%가 됐다. 고점이 매수가 대비 +2.00%인데 거기서 2.2%가 빠지는 지점은 매수가보다 아래다.

즉 이 조합에서는 트레일링이 발동하는 순간 손실이 이미 확정되어 있다.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든 상관없다. 그날 계단이 없었다면 기본 폭에서 잘려 +0.47% 이익이었다.

정교하게 만든 것이 규칙을 뒤집었다

이 결함의 성격이 조금 고약하다. 계단은 이익을 더 오래 끌고 가려고 넣은 장치다. 그런데 이익이 막 생긴 구간, 그러니까 2%를 갓 넘긴 자리에서만 폭이 고점 수익을 추월한다. 수익이 5%, 10%로 커지면 폭이 2배가 되어도 고점 수익 안에 들어오므로 문제가 사라진다.

장치가 보호하려던 바로 그 구간이 유일한 사고 구간이었던 것이다. 그리고 그 구간은 실전에서 가장 자주 밟는 자리다.

원래 규칙에는 이런 구멍이 없었다. 기본 폭 하나만 쓸 때는 폭이 상수라서 고점 수익과의 관계를 따질 일이 없었다. 조건을 하나 얹으면서 두 값 사이의 관계가 생겼고, 그 관계를 아무도 검사하지 않았다.

폭에 상한을 걸었다

고친 방식은 한 줄이다.

폭 = min(계단폭, 고점수익 × 0.6)  (최소 0.5% 보장)

계단으로 계산된 폭이 고점 수익의 60%를 넘지 못하게 막았다. 이렇게 하면 발동 지점이 항상 매수가 위에 남는다. 하한 0.5%는 고점 수익이 아주 작을 때 폭이 0에 수렴해 즉시 잘리는 걸 막기 위한 것이다.

0.6이라는 값 자체에 이론적 근거는 없다. 이익을 남기면서도 추적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를 오너가 정한 것이고, 그 뒤에 실측으로 확인하는 순서를 택했다.

다음 날, 그리고 그다음 날

수정은 사고 당일 오전에 실행본에 실렸지만 그날은 트레일링이 더 나오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.

다음 날 12:38에 한 건이 나왔다. 한도 -1.0%, 고점 수익 1.64%. 비율로 0.61배다. 상한이 걸리지 않았다면 계단폭이 그대로 적용돼 전날과 같은 자리였을 조합인데, 이번에는 +0.49% 이익 청산으로 끝났다.

그다음 날에도 두 건이 이익으로 나왔다. 0.61배와 0.58배, 둘 다 매수가 위에서 청산됐다.

관측에서 원인 규명, 수정, 실증까지 3거래일에 닫혔다. 자동매매를 만들면서 이 사이클이 이렇게 짧게 끝난 적은 처음이었다.

💡 조건 분기를 하나 더하면 검사해야 할 것도 하나 더 늘어난다. 늘어나는 건 그 분기의 동작이 아니라 분기가 만든 값과 기존 값 사이의 관계다. "폭을 1.5배로 한다"는 그 자체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. 문제는 폭이 고점 수익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고, 그건 두 값을 나란히 놓고 봐야만 보인다. 규칙을 정교하게 만들 때 실제로 필요한 건 새 규칙의 테스트가 아니라 옛 값과의 대소 관계를 명시하는 것이었다.

남은 축

이 사이클은 닫혔지만 뒤에 다른 질문이 남았다. 상한을 걸고 나서 나온 이익들이 +0.49%, 그리고 비슷한 규모다. 손실을 막는 데는 성공했는데 그 이익의 크기가 적정한가는 아직 답이 없다.

폭을 더 넓게 잡으면 더 끌고 갈 수 있지만 사고 구간으로 되돌아가고, 더 좁게 잡으면 매번 일찍 잘린다. 이건 산수로 결론이 나지 않고 표본이 쌓여야 갈린다. 지금은 그 표본을 모으는 중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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