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적정주가를 판단할 때 동일업종 PER 비교가 빠지는 함정

삼성전자가 -48% 고평가로 나왔다. 문제는 지표가 아니라 비교 대상이었다.
📅 2026.07.21⏱ 읽기 약 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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종목이 싼지 비싼지, 어떻게 판단할까

"이 종목 지금 싼 편인가?"라는 질문에 숫자로 답하려고 적정주가 기능을 만들었다. 판단 근거는 두 가지다.

  • 주 판정: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컨센서스 목표주가. 지금 주가 대비 목표주가가 얼마나 위에 있는지(상승여력%)를 본다.
  • 보조 판정: 같은 업종 종목들과 PER/PBR을 비교. 업종 평균보다 싼지 비싼지를 본다.

주 판정에는 한 가지 보정이 들어간다. 셀사이드(증권사) 목표주가는 구조적으로 낙관 쪽으로 치우쳐 있다. 그래서 밴드를 대칭이 아니라 비대칭으로 뒀다. 상승여력이 15%도 안 되면 고평가, 50% 넘게 남아 있어야 저평가로 본다. 목표주가 데이터가 없는 종목은 아예 판정하지 않는다(억지로 "적정"이라고 하지 않는다).

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. 문제는 보조 판정이었다.

삼성전자가 -48% 고평가로 나왔다

동일업종 PER/PBR 비교를 붙이고 삼성전자를 넣어봤다. 결과는 -48.1%, 고평가. 상식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숫자였다.

원인을 파보니 지표가 아니라 비교 대상이 문제였다. 업종 peer 목록에는 삼성전자보다 시가총액이 수십, 수백 배 작은 종목들이 섞여 들어와 있었다. 소형 성장주는 PER/PBR이 구조적으로 높다. 이런 종목들이 중앙값을 위로 끌어올리니, 그 부풀려진 기준과 비교당한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"비싸다"고 찍힌 것이다.

즉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대상과 비교하고 있었다. 대형 우량주를 소형 성장주 무리 한가운데 세워두고 "너는 왜 이렇게 비싸냐"고 물은 셈이다.

비교 대상을 걸러내다

고친 방법은 단순하다. 자기 시가총액의 1/10 ~ 10배 범위에 드는 peer만 비교 대상으로 채택했다. 체급이 비슷한 상대끼리만 비교하게 만든 것이다.

이 필터를 적용하자 삼성전자는 -48.1%에서 +16.6%로 반전됐다. 같은 지표, 같은 계산인데 비교 모집단만 정리했을 뿐이다.

여기에 두 가지 안전장치를 더 걸었다.

  • 평균 대신 중앙값(median) - 한두 종목의 극단값이 섞여도 흔들리지 않도록. 이상치에 강건한 쪽을 택했다.
  • 유효 peer가 0건이면 "비교 대상 없음"으로 처리 - 비교할 상대가 없는데 코드가 조용히 "적정"이라고 판정해버리면, 그게 제일 위험한 오판이다. 비교가 불가능하면 불가능하다고 말하게 했다.

배치도, DB도 없이

이 판단은 미리 계산해 저장해두지 않는다. 종목을 조회하는 그 순간 데이터를 가져와 즉석에서 계산한다. 배치 작업도, 데이터베이스도 없다. 조회할 때마다 최신 컨센서스를 반영한다는 뜻이고, 유지보수할 파이프라인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.

원래 이 로직은 자동매매 봇 쪽에서 먼저 만들어 실전에서 검증한 것이었다. 판정 규칙이 이미 다듬어져 있었기에, 웹으로 옮길 때는 데이터를 가져오는 경로만 브라우저 환경에 맞게 바꾸면 됐다. 두 곳이 같은 규칙으로 판단하니 결과가 어긋날 일도 없다.

배운 것

지표를 아무리 정교하게 골라도, 비교 대상이 오염돼 있으면 결론이 통째로 뒤집힌다. -48%와 +16%를 가른 건 새로운 지표가 아니라 "누구와 비교할 것인가"라는 질문 하나였다. 그리고 비교할 게 없을 때 "모른다"고 말하게 하는 것 - 그게 조용한 오판을 막는 마지막 방어선이었다.

직접 종목을 넣어 확인해볼 수 있다. → EthiLab 적정주가


본 글은 밸류에이션 도구의 개발 기록이며,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. 언급된 수치는 판정 방식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이며,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.